3장. 러너를 위한 ‘차량 점검’: 출발 준비가 됐는지 확인하는 법

가스 분석, 젖산 테스트, 그리고 ‘민간요법’: 대회가 약점을 찾아내기 전에 내가 먼저 찾아내는 방법.

자동차로 세계 일주를 떠난다고 상상해 보세요. 기름만 가득 채우고 바로 출발하지는 않겠죠? 분명 먼저 정비소에 들러 엔진을 점검하고, 오일을 갈고, 브레이크에 문제가 없는지 확인할 겁니다. 그런데 왜 시즌 최대 목표 레이스를 준비하면서는 많은 이들이 자기 몸을 그보다 소홀히 대할까요?

사전 ‘점검’ 없이 울트라마라톤 준비를 시작하는 것은 기초 없이 집을 짓는 것과 같습니다. 아무리 비싼 ‘자재’(러닝화, 시계, 젤)를 사들이고 최고의 ‘현장 감독’(코치)을 고용해도, 토대에 균열이 있으면 그 구조물은 언젠가 무너집니다.

3.1. ‘먼저 고치고, 그다음에 짓는다’ 원칙

준비 초기의 테스트는 사치도, 돈 낭비도 아닙니다. 여러분이 할 수 있는 가장 현명한 첫걸음입니다. 목적은 ‘최고 기록’ 수치를 확인하는 것이 아니라 약점과 불균형을 찾아내는 것입니다.

어쩌면 여러분은 훌륭한 ‘엔진’(높은 VO2max)을 갖고 있지만 ‘연료 탱크에 커다란 구멍’(높은 VLamax)이 나서 증기기관차처럼 탄수화물을 태우고 있을지도 모릅니다. 반대로 아주 경제적이긴 한데 ‘지방 엔진’(FatMax)이 거북이걸음 속도에서만 켜질 수도 있죠.

테스트는 여러분에게 지도를 줍니다. 지금 어디에 있는지 보여 주고, 목표까지 가장 짧고 안전한 경로를 그릴 수 있게 도와줍니다. 테스트 없이는 어둠 속을 헤매며 과훈련이나 부상 속에서 ‘길을 잃을’ 위험을 안게 됩니다.

3.2. ‘골드 스탠더드’: 가스 분석

현재 가장 정확하고 완전한 ‘차량 점검’은 가스 분석기를 이용한 실험실 테스트입니다. 네, 전투기 조종사 같은 마스크를 쓰고 트레드밀 위에서 완전히 지칠 때까지 달리게 하는 바로 그 검사입니다. 무시무시해 보이지만 그만한 가치가 있습니다.

이 테스트로 알 수 있는 것:

  • 정확한 VO2max. 진짜 ‘엔진의 배기량’을 알게 됩니다.
  • 나의 FatMax. 울트라마라토너에게 가장 값진 정보입니다! 정확히 어떤 심박수에서 지방을 최대로 태우는지 기기가 알려 줍니다. 이것이 장거리 훈련의 ‘순항 속도’가 됩니다.
  • 에너지원. 내쉬는 공기의 성분을 분석해 기기가 RER(호흡교환율) 그래프를 그립니다. 어떤 강도에서 지방으로 움직이고 언제 탄수화물로 전환되는지 한눈에 보여 줍니다. 자신의 ‘엔진룸’을 실시간으로 들여다보는 것과 같죠.

이런 테스트는 대부분의 대도시에 있는 전문 스포츠 생리학 연구소에서 받을 수 있습니다. 보통 기본 프로토콜부터 전체 대사 프로파일과 체성분 분석을 포함한 확장 프로토콜까지 여러 가지가 제공됩니다(검사 기관 목록은 목차 페이지의 ‘유용한 자료’ 섹션 참조).


📖 실전 사례: 알렉세이, 38세, 마라토너

알렉세이는 3:454:00 기록으로 마라톤을 5번 완주했습니다. 첫 70km 울트라에 도전하기로 했죠. 마라톤을 준비하듯 훈련했습니다. 템포런과 인터벌 위주, 주간 거리 6070km. 울트라 40km 지점에서 ‘멈춰 섰습니다’. 힘이 바닥나고, 경련과 메스꺼움이 찾아왔습니다. 결국 중도 포기했습니다.

실패 후 가스 분석 테스트를 받으러 왔습니다. 결과는 놀라웠습니다.

  • VO2max: 52ml/kg/min (동호인으로는 좋은 수치)
  • FatMax: 최대 심박수의 겨우 55% (매우 낮음!)
  • RER 결과: 가벼운 달리기에서도 탄수화물로 움직였고, 지방은 거의 쓰지 않았음

문제: 알렉세이는 너무 빠르게 훈련했습니다. 그의 ‘가벼운 조깅’은 몸이 탄수화물을 쓰는 Zone 23(심박수 7580%)에서 이뤄지고 있었습니다. 지방 엔진이 발달하지 못한 거죠.

해결책. 훈련을 전면 재구성했습니다.

  • 전체 훈련량의 80%를 Zone 01로(익숙한 145160 대신 심박수 120~135)
  • 장거리 훈련은 철저하게 FatMax 심박수로
  • 페이스는 5:30/km에서 6:30~7:00/km로 떨어졌지만, 그것이 바로 필요한 자극이었습니다

4개월 후 결과:

  • 재검사 결과 FatMax가 최대 심박수의 65%로 이동
  • FatMax 심박수에서 km당 40초 더 빨라짐
  • 다음 70km 울트라 — 단 한 번의 위기도 없이 9:15에 완주

교훈: 많이 한다고 늘 좋은 것은 아닙니다. 빠르다고 늘 좋은 것도 아닙니다. 테스트는 알렉세이가 수년간 비효율적으로 훈련해 왔음을 보여 줬습니다. 단 한 번의 테스트가 어둠 속에서 헤맬 몇 년을 아껴 준 셈입니다.


3.3. 젖산: 혈액 속의 스파이

또 하나의 강력한 진단 도구는 젖산을 측정하는 점증 부하 테스트입니다. 속도를 단계적으로 올려 가며 각 구간이 끝날 때마다 손가락 끝에서 아주 작은 핏방울을 채취합니다. 조금 가혹하게 들리지만 실제로는 거의 아프지 않습니다.

이 핏방울이 알려 주는 것:

  • 나의 역치(LT1과 LT2). 곡선이 유산소 역치와 무산소 역치의 위치를 또렷하게 보여 줍니다. ‘220 빼기 나이’ 같은 평균 공식으로 추측하는 대신 자신의 심박 존을 정확히 알게 됩니다.
  • 나의 VLamax. 젖산 곡선이 상승하는 속도를 보고 숙련된 전문가는 VLamax — 그 ‘연료 탱크의 구멍’ — 를 추정할 수 있습니다.

3.4. 젖산 측정, 조심하세요!

젖산 측정은 강력하지만 섬세함이 필요한 도구입니다. 고급 스위스 시계와 같습니다. 함부로 다루면 엉터리 값을 내놓습니다. 탈수, 잘못된 채혈, 손가락에 묻은 땀 — 모두 결과를 왜곡할 수 있습니다. 그러니 테스트는 반드시 경험 많은 전문가와 신뢰할 수 있는 검사 기관에 맡기세요.

3.5. ‘민간요법’: 심박수와 몸의 감각

‘다 좋은 얘기지만 우리 동네엔 그런 검사 기관도 없고, 비용도 아마 비행기 날개 하나 값이겠지’라고 말씀하실지도 모르겠습니다.

실망하기는 이릅니다! ‘골드 스탠더드’를 이용할 수 없다고 해서 눈감고 훈련해야 하는 것은 아닙니다. 언제나 곁에 있는, 충분히 믿을 만한 도구가 두 가지 있습니다.

  • 심박계. 여러분의 시계는 그저 세련된 가젯이 아닙니다. 온보드 컴퓨터입니다. 물론 심박수에는 더위, 스트레스, 마신 커피, 수면 부족 등 수천 가지 요인이 영향을 줍니다. 하지만 훈련 일지를 쓰고 데이터를 분석하다 보면, 시간이 지나면서 자기 심장의 ‘언어’를 알아듣게 됩니다.
  • RPE(Rate of Perceived Exertion) — 주관적 운동 강도 척도. 쉽게 말해 몸의 느낌입니다. 몸의 소리를 ‘듣는’ 능력은 근육처럼 훈련되는 기술입니다. 기분 좋은 피로와 탈진을, ‘정상 범위’의 숨참과 위험 신호의 숨참을 구별하는 법을 익히세요.

이상적인 방법은 모든 수단을 병행하는 것입니다. 실험실 데이터가 정밀한 ‘지도’를 준다면, 심박수와 몸의 감각은 매일의 ‘여정’에서 그 지도를 읽으며 방향을 잡도록 도와줍니다.

유용한 팁: 훈련 존 계산, 완주 시간 예측, 자기 지표(VO2max, 젖산 역치) 평가를 스스로 해 볼 수 있는 전문 온라인 계산기들이 있습니다. 예를 들어 9가지 방법의 VO₂max 계산LT1/LT2 역치 판정 같은 도구들이죠. 실험실 테스트를 받을 수 없더라도 준비 계획을 세우는 데 도움이 될 겁니다.

다음 장에서는 드디어 이론에서 실전으로 넘어갑니다. 방금 배운 지표들을 개선하려면 어떤 ‘버튼’을 눌러야 하는지(어떤 존에서 훈련해야 하는지) 알아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