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장. 러너의 ‘변속기’: 훈련에서 ‘기어’를 올바르게 고르는 법

회복부터 VO2max까지 여섯 개의 훈련 존, 80/20 양극화 원칙, 그리고 동호인들이 갇혀 버리는 ‘회색 지대’.

생리학자 스티븐 사일러가 대중화한 원칙: 훈련의 80%는 편안하게 대화할 수 있을 만큼 가볍게, 20%는 대화할 엄두가 나지 않을 만큼 힘들게 해야 한다.

‘차량 점검’을 마쳤고 우리의 ‘엔진’에 대해서도 다 알게 됐습니다. 이제 드디어 도로로 나설 시간입니다! 훈련은 그저 무념무상으로 킬로미터를 쌓는 일이 아닙니다. 자동차 변속기를 다루듯 강도를 조절하는 기술입니다. 과제마다 맞는 ‘기어’가, 스포츠 용어로는 ‘강도 존’이 따로 있습니다.

러닝 세계에서는 여러 시스템을 씁니다. 3존(단순형), 5존(클래식), 6존(세분형). 울트라마라톤에는 6존 시스템(Zone 0~5)이 이상적입니다. 고강도 훈련이 더 정밀하게 나뉘어 역치 존(Zone 4)과 VO2max(Zone 5)가 따로 구분되고, 전용 회복 존(Zone 0)도 있습니다. 덕분에 모든 강도 수준에서 부하를 더 정확하게 조절할 수 있습니다.

4.1. Zone 0(회복): ‘중립 기어’ — 활동적으로 쉬는 기술

최대 심박수의 50~60%. 훈련이라기보다는 훈련 ‘사이’에 하는 활동입니다. 가벼운 산책, 스트레칭, 폼롤러, 힘 빼고 하는 수영. 심박수는 거의 오르지 않습니다.

초보자의 대표적인 실수는 힘든 훈련 후 소파에 ‘시체처럼’ 누워 있는 것입니다. 가벼운 활동은 혈액순환을 ‘돌리는’ 데 도움이 되고 대사 산물 배출을 어느 정도 앞당깁니다. 정확한 퍼센트를 과학이 제시하지는 않지만, ‘뻗어 있는 것보다 걷는 게 낫다’는 원칙은 검증되어 있습니다. 그러니 활동적 회복은 게으름이 아니라 영리한 수입니다.

4.2. Zone 1(FatMax): ‘1단 기어’ — 울트라마라토너가 태어나는 존

최대 심박수의 60~70%. 여러분의 ‘일꾼’, 울트라마라토너의 핵심 존입니다. 이곳에서 몸은 분당 최대량의 지방을 태웁니다. 느낌은? 아주 편안한 달리기이며, 완전한 문장으로 자유롭게 대화할 수 있습니다.

바로 이 지루하고 느린, 거의 명상 같은 존에서 가장 큰 기적들이 일어납니다.

  • 미토콘드리아가 늘어납니다 — 근육 속의 ‘발전소’입니다. 많고 클수록 더 많은 지방을 태울 수 있습니다.
  • 모세혈관망이 자랍니다 — 근육으로 산소를 나르는 새 ‘도로’가 뚫립니다.
  • VLamax가 낮아집니다 — 몸이 탄수화물을 낭비하지 않는 법을 배우며 ‘연료 탱크의 구멍을 때웁니다’.

이 존의 훈련은 길어야 합니다. 2시간, 3시간, 4시간… 그렇게 몸에게 지방으로 움직이는 법을 가르칩니다. 강아지 산책 나온 어르신들에게 추월당할 만큼 느리게 달리는 것은 정신적으로 힘들 수 있습니다. 하지만 믿으세요. 울트라 후반부에서 스스로에게 고맙다고 말하게 될 겁니다.

4.3. Zone 2(확장 지구력): ‘2단 기어’ — 긴 템포 훈련

유산소 베이스보다 약간 높은 존(최대 심박수의 70~75%)입니다. 이제는 ‘템포’ 달리기입니다. 편안하지만 Zone 1보다 확연히 빠릅니다. 짧은 문장으로 말할 수는 있지만, 쉼 없이 수다를 떨기는 어렵습니다.

이 존이 유용한 경우:

  • 긴 템포 훈련(1.5~2시간);
  • 근지구력 발달;
  • 장거리 지구력 레이스 대비.

울트라마라토너에게 Zone 2는 훈련 시간의 약 10~15%입니다. 준비의 근간은 아니지만, Zone 1의 기본 훈련을 보완하는 유익한 요소입니다.

4.4. Zone 3(강화 지구력): ‘3단 기어’ — 마라톤 페이스

이제 좀 더 진지해집니다. 최대 심박수의 75~82% 존으로, 대략 하프마라톤이나 마라톤 페이스입니다. 말하기가 어려워지고 호흡이 빨라지지만 아직 통제할 수 있습니다.

이 존의 훈련:

  • 20~40분 템포 구간;
  • 긴 인터벌(10분 × 3~4회);
  • 장거리 훈련 마지막의 마라톤 페이스.

울트라마라토너에게는 시간의 약 5~10%입니다. 역치를 끌어올리고 ‘스피드 감각’을 유지하는 데 도움이 됩니다.

4.5. Zone 4(무산소 역치 LT2): ‘4단 기어’ — 한계선 위에서

무산소 역치 존(최대 심박수의 82~89%)입니다. 달리기 힘들고, 말은 불가능하고, 호흡이 흐트러집니다. 젖산이 쌓여서 이 강도를 오래 유지할 수 없습니다. 10km 레이스나 빠른 하프마라톤 페이스입니다.

울트라마라토너에게 필요한 이유:

  • 무산소 역치를 위로 밀어 올립니다;
  • 젖산을 더 효율적으로 처리하는 법을 가르칩니다;
  • 스피드 지구력을 길러 줍니다.

전형적인 훈련: 812분 × 34회, 휴식 35분. 주 12회 이하로, 그것도 특정 준비 단계에서만. 울트라에는 시간의 약 5%면 충분합니다.

4.6. Zone 5(VO2max): ‘애프터버너’ — 한계의 끝에서

최대 강도, 최대 심박수의 89100%. ‘페달을 바닥까지’. 짧은 인터벌(35분)에 긴 휴식. 느낌은 ‘폐가 타는 것 같고’, ‘다리가 떨어져 나갈 것 같고’, ‘죽을 것만 같은’ 상태입니다.

목적: VO2max — 최대 유산소 파워, ‘엔진의 배기량’ — 를 끌어올리는 것.

울트라마라토너에게 이 존이 필요할까요? 네, 다만 아주 미량으로요. 전투기의 애프터버너 같은 것입니다. 강력하지만 자원 소모가 큽니다. 준비기에 한 달에 1~2회의 짧은 훈련이면 충분하고도 남습니다. 대회 직전 피크 단계에서는 아예 필요 없습니다.

4.7. 양극화 원칙: 80/20, 또는 ‘가볍게 vs 힘들게’

이제 핵심 비결입니다. 이 존들을 준비 과정에 어떻게 배분해야 할까요?

울트라마라토너를 위한 80/20 법칙:

  • 훈련 시간의 80% — Zone 0~1(아주 가볍게, 유산소 베이스)
  • 훈련 시간의 20% — Zone 3~5(고강도 훈련)
  • Zone 2는 선택 사항, 전체 훈련량의 10~15% 이하

동호인의 가장 큰 실수는 모든 훈련을 ‘중간’ 강도(Zone 2~3)로 하는 것입니다. 이것이 ‘회색 지대’입니다. 이곳에서 여러분은:

  • 지방 연소 발달에는 너무 빠르게 달리고;
  • 역치 훈련에는 너무 느리게 달리며;
  • 적응 없이 피로만 쌓아 갑니다.

황금률: 가벼운 훈련은 정말 가볍게(자유롭게 대화 가능), 힘든 훈련은 정말 힘들게(입으로만 숨 쉬는 수준). ‘어중간한 중간’은 없습니다!

이것이 엘리트 지구력 선수들이 쓰는 양극화 훈련입니다. 솔직히 덧붙이면, 양극화 모델과 ‘피라미드’ 모델을 엄밀히 비교한 연구들에서 양극화가 항상, 누구에게나 우월하게 나오는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회색 지대’에 갇힌 동호인에게는 ‘가벼운 건 더 가볍게, 힘든 건 더 힘들게’ 쪽으로 옮겨 가는 것이 거의 언제나 진일보입니다.

4.8. ‘컵’의 원칙: 마실 수 있는 만큼만 따르세요

훈련량은 컵에 따르는 물과 같습니다. 너무 적게 따르면 갈증이 가시지 않고(발전이 없고), 너무 많이 따르면 물이 넘칩니다(과훈련, 부상, 질병).

여러분의 과제는 ‘최소 유효 용량’을 찾는 것입니다. 삶과 일과 수면이 그만한 양을 ‘소화’하지 못한다면, 프로처럼 주 20시간씩 훈련할 필요가 없습니다. 훈련을 하나 줄이고 그만큼 회복의 질을 높이는 편이 나을 때도 있습니다.

몸의 소리에 귀 기울이세요. 아침 심박변이도(HRV), 수면의 질, 식욕, 기분 — 모두가 힌트입니다. 읽는 법을 익히면 부하와 회복 사이 자신만의 이상적인 균형을 찾게 될 겁니다.

심박수, 페이스, 파워 기준의 존은 훈련 존 생성기에서 계산할 수 있습니다.

다음 장에서는 이 모든 것을 산과 험지 달리기의 현실에 적용하는 법을 이야기합니다. 그곳엔 그곳만의 법칙이 있으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