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장. ‘보닛 아래’ 들여다보기: 핵심 생리학 지표들
VO2max, 젖산, 역치, VLamax, FatMax, 러닝 이코노미 — 의사 면허 없이도 이해할 수 있게 풀어낸 엔진의 여섯 가지 ‘부품’.
지난 장에서 우리는 몸을 하이브리드 자동차에 비유했습니다. 이제 보닛을 열고 그 안에 어떤 ‘부품’이 있고 어떻게 작동하는지 살펴봅시다. 걱정 마세요. 공학이나 의학 학위는 필요 없습니다. 전부 쉬운 말로 설명해 드릴게요. 이 여섯 가지 지표를 이해하는 것이야말로 무작정 힘들기만 한 훈련이 아니라 똑똑한 훈련을 설계하는 열쇠입니다.
2.1. VO2max(최대산소섭취량): ‘엔진의 배기량’
차를 고른다고 상상해 보세요. 제원표에서 가장 먼저 보는 것이 엔진 출력이죠? VO2max, 즉 최대산소섭취량이 바로 여러분의 유산소(산소) 엔진의 ‘출력’입니다. 이 지표는 체중 1kg당 1분 동안 몸이 ‘소화’할 수 있는 산소량(밀리리터)을 말합니다.
VO2max가 높을수록 근육에 더 많은 산소가 공급되고, 더 많은 에너지를 만들어 낼 수 있습니다. 차에 더 강력한 엔진을 얹는 것과 같죠. 물론 여기서 유전의 몫도 무시할 수 없습니다. 누군가는 스포츠카 ‘엔진’을 달고 태어나고, 누군가는 패밀리 세단 엔진을 달고 태어나니까요. 하지만 좋은 소식은 이 지표를 훈련으로 키울 수 있고, 또 키워야 한다는 것입니다. 높은 VO2max는 기록만의 문제가 아니라 전반적인 건강 상태와 장수를 보여 주는 최고의 지표 중 하나이기도 합니다. 그러니 이 지표를 키우는 일은 대회 기록뿐 아니라 여러분의 미래에도 선물을 주는 셈입니다.
2.2. 젖산: 모두가 ‘쓰레기’로 여기는 ‘슈퍼 연료’
아, 젖산, 흔히 말하는 ‘젖산이 찼다’의 그 젖산 말입니다. 얼마나 많은 미신과 괴담이 얽혀 있는지요! ‘다리에 젖산이 쌓였다’, ‘몸이 산성화됐다’ — 못 들어 본 사람이 있을까요? 이제 명예를 회복시켜 줄 때입니다.
젖산은 ‘노폐물’도 ‘독’도 아닙니다. 오히려 아주 귀중한 에너지원입니다! 빠르게 달릴 때 몸은 탄수화물(글리코겐)을 분해하면서 그 과정에서 젖산을 만들어 냅니다. 이 젖산을 심장, 뇌, 심지어 일하고 있는 근육 자신이 기꺼이 ‘먹어 치우며’ 에너지를 얻습니다.
문제는 젖산 자체가 아니라, 젖산을 처리하는 속도보다 만들어 내는 속도가 빨라질 때 생깁니다. 연료통 주둥이로 흘러 들어가는 속도보다 빠르게 기름통에서 휘발유를 들이붓는다고 상상해 보세요. 조만간 휘발유가 넘쳐흐르겠죠. 이 ‘넘침’이 바로 우리가 느끼는 근육의 화끈거림과 급격한 피로입니다.
2.3. 젖산 역치(LT1과 LT2): 지구력의 ‘타코미터’
우리의 ‘자동차’에는 엔진이 어느 영역에서 돌고 있는지 보여 주는 타코미터가 있습니다. 젖산 역치는 우리 몸속 타코미터에 새겨진 그런 눈금입니다.
- LT1(유산소 역치). ‘초록 영역’입니다. 가볍게 달리면서 편안하게 대화할 수 있습니다. 몸은 주로 지방으로 움직이고, 소량 생성되는 젖산은 그 자리에서 바로 처리됩니다. 울트라마라토너에게 가장 중요한 지점입니다. LT1 수준 또는 그보다 약간 낮게 달리는 능력이 기본 중의 기본입니다.
- LT2(무산소 역치). ‘빨간 영역’입니다. 이 지점을 넘어서면 젖산이 눈사태처럼 쌓이기 시작합니다. 말은 이미 나오지 않고, 호흡은 흐트러지고, 다리는 ‘타들어’ 갑니다. 이 상태로는 오래 버틸 수 없습니다. 10km나 하프마라톤 레이스 페이스이지, 결코 울트라 페이스가 아닙니다.
자신의 역치를 알면 훈련 존을 보석 세공하듯 정밀하게 설계할 수 있습니다.
2.4. VLamax: ‘연료 탱크에 난 구멍’
VLamax는 몸이 젖산을 얼마나 빨리 만들어 내는지(즉 탄수화물을 얼마나 빨리 태우는지)를 나타내는 지표입니다. VLamax가 높다면 여러분은 타고난 스프린터입니다. 여러분의 몸은 레이싱 머신처럼 몇 초 만에 어마어마한 파워를 뿜어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울트라마라토너에게 높은 VLamax는 재앙입니다. 연료 탱크에 난 구멍과 같으니까요. 비교적 낮은 심박수에서도 귀중하고 한정된 탄수화물을 무서운 속도로 태워 버립니다. 여러분의 과제는 특수한 훈련으로 이 ‘구멍’을 계획적으로 ‘때워서’ 더 경제적인 몸이 되는 것입니다.
2.5. FatMax: 울트라마라토너의 ‘성배’
드디어 우리의 최종 목표입니다! FatMax는 몸이 1분당 가장 많은 지방을 태우는 운동 강도 구간(대개 심박수로 표현)입니다.
왜 중요할까요? 바로 이 FatMax 존에서 훈련하면 같은 페이스로 달리면서 더 많은 지방을 태우도록 몸을 가르치게 됩니다. 훈련되지 않은 러너는 잘해야 분당 0.30.5g의 지방을 태우지만, 훈련된 울트라마라토너는 0.81.2g, 실험실에서 기록된 엘리트 선수들의 최고치는 약 1.51.9g/분입니다. 훈련 ‘전’과 ‘후’의 차이는 23배. 훈련된 선수는 달리는 매 순간 눈에 띄게 많은 탄수화물을 아끼는 셈입니다. 10시간짜리 레이스에서는 이것이 승부를 가릅니다.
여러분 훈련의 상당 부분은 바로 다음을 위한 것입니다.
- 자신의 FatMax 존 찾기.
- 길고 낮은 강도의 훈련으로 이 존을 ‘업그레이드’하기: 더 많은 지방을, 더 높은 심박수에서 태우도록 몸을 가르치기.
이것이 바로 ‘지방 연소 머신’으로 변신하는 비결입니다.
2.6. 러닝 이코노미: ‘100km당 연비’
마지막으로, 그러나 결코 덜 중요하지 않은 요소가 경제성입니다. 1km를 가는 데 에너지(그리고 산소)를 얼마나 쓰는가. 러닝 폼, 체중, 근육과 힘줄의 강성 등 많은 요인이 이를 좌우합니다.
거대한 ‘엔진’(VO2max)을 갖고 있어도 폼이 나쁘고 걸음마다 불필요한 동작에 에너지를 낭비한다면, 공기역학이 형편없는 고출력 SUV 꼴이 됩니다.
폼 개선, 근력 운동, 알맞은 신발 선택 — 모두 경제성 향상에 기여합니다. 더 빨리 가고 싶을 때 액셀을 더 세게 밟는 대신 공기역학부터 다듬어야 할 때도 있는 법이죠.
이제 우리 몸의 주요 ‘부품’들을 알게 되었으니, 다음 장에서는 이 부품들의 ‘정기 점검’을 어떻게 할지 이야기하겠습니다.